원유를 정제해 각종 석유제품을 만들어내는 정유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多)소비 산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이전만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녹색 성장’을 이야기할 때면 늘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통신사업과 정유사업을 양대 축으로 성장해온 SK그룹도 이런 태생적 원죄(原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SK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녹색 사업’을 펼치는 기업 중 하나라고 하면 생뚱맞은 얘기가 될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SK임업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기업형 임업을 하는 회사다. 1972년부터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충북 영동군 등에 조림지를 두고 ‘숲을 가꿔온’ 기업이다.
SK임업이 조림한 면적은 모두 4100ha로 서울 여의도의 13배 넓이에 이른다. 이 숲에서 나오는 산소 배출량을 합하면 매년 20만 명이 숨쉴 수 있다. SK임업이 가꾼 숲은 또 매년 3만3000t, 자동차 4000대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량을 산소로 바꿔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46억 원, 순이익 14억 원을 올려 한국에서 조림 사업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목재와 연료용 목재 가공품, 호두 등 유실수 사업이 주요 수익원이다.
SK그룹이 조림사업에 뛰어든 것은 고 최종현 전 회장의 뜻이었다고 SK 측은 설명한다. 최 전 회장은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30년 후 묘목이 고급 목재로 자라면 이를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민둥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가 산림녹화를 위해 상록수를 심는 것을 권장하던 시절에도 최 전 회장은 경제성이 높은 활엽수 중심으로 숲을 가꾸는 등 임업에 대한 안목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 성장’이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온실가스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가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이자 의무가 됐고, 기업으로서는 저탄소 사업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 됐다. 기업들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과 연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38년 전 나무 심는 사업을 일으킨 한 기업인의 혜안이 새삼스레 주목받는 것은 지구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피폐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5일은 나무 심기를 권하는 식목일이다. 관심도 의미도 예전 같지 않지만 이날 나무 한 그루 심는 행복을 가족, 직장동료들과 함께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