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도와 배려 속의 ‘천안함 수습’ 새 국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천안함 함미(艦尾)에서 3일 남기훈 상사(36)의 시신이 인양되면서 기적의 생환을 고대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또 한 번 넋을 잃었다. 가족들은 “구조요원들의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며 나머지 45명의 실종자 구조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한주호 준위가 순직한 데에 이어 수색작업에 동참했던 민간 어선 금양호 선원들까지 희생되자 가족들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실종 사병들을 살려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작업을 벌여온 잠수요원들의 안위를 걱정한 배려였다. 이에 따라 군(軍) 당국이 함체 인양작업으로 전환하는 새 국면을 맞았다.

천안함 침몰 8일 만인 그제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절망과 고통의 하루였다.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실종 사병 가족들은 남 상사의 죽음이 확인되자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아빠가 살아오리라는 기대를 접는 듯했다. 그 비통한 심정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실종자들을 구하러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한 준위도 남 상사의 죽음이 확인된 날 영면(永眠)의 길을 떠났다. 국군수도병원 영결식장에서 현역 및 예비역 UDT 대원들이 ‘사나이 UDT가(歌)’를 부르는 가운데 마지막 작별을 했다. 5일간의 해군장(葬)을 치르는 동안 빈소와 백령도 구조현장, 평택 2함대 사령부, 진해 해군기지에서는 1만 명 이상이 그의 군인정신을 기렸다.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다 산화한 그들은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조국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 병사들은 꽃다운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부모형제와 처자는 그들이 꼭 살아 돌아오리라고 믿고 애를 태웠지만 칠흑 같은 바다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침몰 1∼2주 전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작전 중이라 전달되지 못해 2함대 사령부에서 되돌려 받은 김동진 하사(19)의 어머니, 같은 부대에서 2일 아들의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준 신선준 중사(29)의 아버지, 바다 밑에 갇힌 채 1일 상사로 진급한 김태석 중사(38)의 부인…. 그들의 슬픈 사연에 가슴이 미어진다.

천안함 사병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짬짬이 사회봉사를 한 미담이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푼푼이 돈을 모아 충남 천안의 불우한 초등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노인요양원 건물을 수리해주는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죽어도 또 죽어도 나라와 겨레….’ 서해에서 바다의 용사 47명이 부르는 우렁찬 해군가(海軍歌)가 들려오는 듯하다. 국가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는 것만이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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