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가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3월 말 퇴임했습니다. 이 전 총재는 1968년 1월 한은에 들어가 42년 이상 일했습니다. 한 직장에서 40년 넘게 몸담고 명예롭게 퇴장한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성적표도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그는 2006년4월 한은 총재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임기 초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주력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다섯 달동안 여섯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한은의 선제적 통화정책은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함께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불안을 줄이는데 기여했습니다. 일부 전임 한은 총재와 달리 정제되지 않은 실언(失言)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적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글로벌 위기를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일리는 있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내로라하는 금융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일을 결과만 보고 우리 중앙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이 전 총재는 퇴임을 앞두고 열린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가계부채 급증의 잠재적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이임식에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그는 노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2년 안팎 일했지만 두 정부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협조와 견제'라는 원칙을 지켰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입니다. 임명과정에서 학연(學緣)이 약간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한은 총재 임명에 문제를 삼은 언론은 드물었습니다. 한은 입행 후 그의 경력이 보여주듯 실력과 인품, 중량감에서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인사정책에서 아마추어리즘이 두드러졌던 노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직 가운데 이 전 총재는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보기 드문 성공적 인사의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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