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의혹 해소와 기밀 관리’ 접점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의혹 해소와 군사기밀 보호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측면이 있다.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자면 당시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민감한 군사기밀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될 수도 있다. 국방부가 군사기밀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노출된 대북 첩보 기술 같은 것만으로도 국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난무했던 루머나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되고 있으나 정부와 군이 초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천안함 관련 의혹의 상당 부분은 침몰 시간이 발단이었다. 군은 침몰 시간을 여러 번 바꾼 끝에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으로 확정했다.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교환이 오후 9시 16분경 갑자기 끊겼다는 일부 실종자 가족의 주장과 최초 사건 발생 시간이 ‘9시 15분’으로 잘못 기재된 군 상황일지에 관한 MBC 보도는 의혹을 증폭하는 계기가 됐다. 일부 언론은 MBC 보도를 받아 ‘의혹의 7분, 천안함에 무슨 일이 있었나’ ‘풀리지 않는 의문의 7분’ 같은 추측성 기사를 남발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침몰 시간을 둘러싼 의혹은 군이 5일 생존 승조원 4, 5명이 3월 26일 오후 9시 15분부터 9시 20분 사이에 통화한 기록을 확인함으로써 해소됐다. 암초에 의한 천안함 좌초설은 해양조사원이 현지에 암초가 없다고 밝혀 의미가 없어졌다. 피로(疲勞)파괴설은 지진파 발생 확인을 통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군이 오늘 생존 장병들에게 공개 진술 기회를 제공하기로 방침을 바꿨으나 열흘 이상 실종자 가족이나 언론과 격리한 것은 부적절했다. 좀 더 일찍 생존 장병들이 침몰 당시 상황을 말했다면 불필요한 의혹 해소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의혹 해소 과정에서 군사기밀이 적잖게 공개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해군 전력과 작전, 함정 구조와 제원은 물론 북한 군사동향 탐지 능력과 방법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수집한 북한 잠수함기지 정보와 우리 해군 함정의 이동 항로까지 밝힌 것은 잘못이다.

의혹 해소와 기밀 관리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군은 국회의원이 군사기밀 사항을 공개하도록 요구해도 비공개나 대외비를 조건으로 설명하거나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비공개로 보고받은 정보사항을 언론에 낱낱이 공표한 것도 옳지 않다. 심지어 2함대사령부와 속초함 사이에 오간 교신 내용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있으나 암호체계를 비롯한 군사작전 내용이 북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따른다. 의원들도 군사기밀 유지에 협조해야 하고, 언론도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군사기밀에 관한 보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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