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이너 마크호프]세계 물부족, 아끼는 것만으론 모자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우리는 물이 없으면 못 살지만 물이 없는 세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이 주위에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미래에도 그럴까? 우리가 직면한 물 위기는 수치상으로도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10억 명, 즉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고 20억 명 이상이 최소한의 하수처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202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충분한 청정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전 세계적인 청정수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재이용해야 한다. 또,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전 세계 산업 지도자와 교육자, 정책 입안자가 서로 협력하여 정책을 재고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틀을 마련한다면 지구촌 물 재이용을 장려하고 청정수 부족이라는 위협을 효과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일보가 될 것이다.

물은 제조, 채광, 석유가스 굴착, 그리고 전력 생산에 이르기까지 실제 모든 형태의 가공산업에서 사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20% 정도의 주요 담수자원(강, 호수 등)이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는 45%의 담수가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현존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해 폐수를 모으고 정화하고 재이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수자원을 운영할 수 있다. 농사나 관개, 지하수 확보 및 난방과 냉각을 위한 비식수용으로 재이용함으로써 자원을 보존하고 늘어나는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물 재이용이 지하수 및 지표수 의존도를 줄이고 민감한 생태계로부터 물 수집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고갈된 수자원을 보충하는 역할도 한다. 담수 소비를 줄이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동기가 부족해 보인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강이나 우물에서 수자원을 얻는 것이 물을 재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바꿔 말하면 물 재이용을 더욱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정책 및 재정적 인센티브가 절실하다.

실례로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물 효율 펀드를 만들어 중수처리시설 자본비의 50%를 지원한다. 유럽에서는 2010년부터 유럽연합 수자원체계관리(Water Framework Directive)가 물에 대한 가격정책을 개시하여 회원국의 물이용 방법을 재고하고 물 재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물의 처리 및 재이용에 장애물이 되는 장벽을 제거하고, 가격정책 또는 재정적 유인책 제공, 수자원 절약 및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현재의 물 위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면 청정 식수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글로벌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물을 아끼자는 식의 단순한 캠페인에 치중해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으므로 종합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 비정부기관, 재계, 학계, 자치정부, 지역사회 할 것 없이 모든 구성원이 협력하여 우리가 물을 어떻게 평가하고 사용하고 재이용하는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가 대표적이다. 물 위기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을 보존하려면 지금 행동을 취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

하이너 마크호프 GE에너지사업부문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