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임규진]메가시티·경제자유구역의 현주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대도시권(메가시티리전·MCR)과 경제자유구역(FEZ)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대도시권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대대적 투자와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후발국들은 FEZ 육성을 통해 선진국 추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권은 물론이고 푸둥, 톈진 등 경제자유구역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해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

숫자 많아도 경쟁력에선 뒤처져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은 올해 3월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등을 포함한 세계 20개 FEZ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를 평가해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에는 경인권(서울 경기 인천)과 부울경권(부산 울산 경남) 등 20개 MCR의 순위를 매겼다. MCR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권을 의미한다. MCR와 FEZ가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의 핵심 동력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여전히 형평과 분배의 논리가 곳곳에서 효율과 성장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미래 지향적인 도시 인프라와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FEZ의 현주소를 보자. 전체 7위를 차지한 인천만 해도 입지와 요소 경쟁력은 각각 6위로 상위권에 포함됐지만 정책·운영경쟁력은 15위로 처졌다. 각종 규제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본보 3월 18일자 A1·4·5면 참조

[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1> 흔들리는 성장엔진
[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인천 7위, 부산·진해 12위, 광양 17위
[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낡은 산업 - 석유로는 못버텨”

우리나라 FEZ는 중국처럼 광대한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업 환경을 갖추지도 못했다. 여기에다 법인세 혜택 등 정책 매력마저 경쟁지역보다 뒤떨어졌다. 중국 톈진에선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된 투자 관련 문의가 우리나라에선 무려 31번의 통화를 거쳐야 했다.

FEZ의 남발도 문제다. FEZ 설정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역안배의 정치논리로 남발하다 보니 ‘1도 1특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도시권 육성은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간판 경제권역인 경인권조차 세계 20개 MCR 가운데 11위에 그쳤다. 부울경권은 14위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의 미래 성장잠재력은 중국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권 등 선진국 MCR는 대대적인 투자와 대도시권 규제 완화로 후발그룹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도시권을 규제로 꽁꽁 묶어 놓는다면 선진국 MCR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국 상하이권 등 후발국 MCR에도 덜미를 잡힐 수밖에 없다.

규제 풀 범정부적 마스터플랜 급해

대도시권은 국토 공간 정책의 문제로만 다룰 일이 아니다. 글로벌화와 도시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맞춘 국가 성장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국경을 넘어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21세기에 국내의 제로섬 경쟁은 의미가 없다. 거점도시의 성장과 주변 지역의 협업과 연계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키우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FEZ는 1970년대식 외자 유치의 전초기지에 머물러선 안 된다. 국내외 기업이 한데 어울려 첨단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기술기업과 인재들이 모여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관용(tolerance)’의 정신과 문화도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임규진 미래전략연구소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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