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정당 지원’ 등에 업고 서울교육감 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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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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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선거판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계 인사 A 씨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당은 특정 교육감 후보를 지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도 할 수 없다. A 씨는 “많은 사람이 김 전 교장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범법 논란’으로 데뷔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히려 순진한 편이다. 김 전 교장은 8일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 “여권으로부터 강력한 출마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었다. ‘여권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다’도 아니고,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특정 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도 금지한 지방교육자치법을 우회하기 위한 어법이다. 요즘은 정치판에서도 보기 힘든 ‘꾼들의 수법’이다. A 씨는 ‘범법 논란’이라고 했지만 이쯤 되면 법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김 전 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학교를 직접 방문해 ‘공교육 활성화의 본보기’라고 극찬했던, 바로 그 교장선생님이다.

2008년 7월 공정택 씨가 첫 직선제 교육감으로 취임했지만, 공 씨는 선거법 위반죄로 2009년 10월 중도하차할 때까지 ‘식물 교육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시 교육행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들어 잇따라 터져 나오는 비리로 치유하기 쉽지 않은 도덕적 타격까지 입었다. 공 씨가 또 다른 비리혐의로 구속된 게 결정타였다. 교육 개혁을 이끌어야 할 교육감이 오히려 비리의 종착지가 된 것이다.

시교육청 직원들은 요즘 택시를 타도 ‘서울시교육청으로 가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고 한다. 그 대신 시교육청 인근에 있는 한 종합병원 앞에서 내려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직원은 “시교육청 얘기만 꺼내도 기사 분들이 ‘너도 돈 받은 것 아니냐’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6월 교육감 선거는 서울시 교육행정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출구전략이다. 그 첫걸음은 도덕성 회복이다. 범법과 편법으로 당선된 교육감이 시교육청 직원들을 상대로 도덕성 회복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2의 공정택’이 될 수밖에 없다. 설령 천연덕스럽게 교육개혁을 외친다 해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김 전 교장이 찾았어야 했던 것은 ‘빽’이 아니라 유권자인 학부모들의 바람이었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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