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艦尾)가 침몰 17일 만에 굵은 쇠사슬로 묶여 침몰지점에서 백령도 연안으로 4.6km 옮겨졌다. 어제 해수면 위로 드러난 함미에는 하푼미사일 발사대, 어뢰 발사대, 76mm 함포, 40mm 부포(副砲), 추적레이더실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함미와 함수 절단면이 물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침몰 원인으로 외부 충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방부도 어제 우리 군이 1970년대 백령도 주변에 부설한 기뢰에 대해 “30∼40년이 지났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미에는 천안함의 침몰원인 규명을 위한 단서와 함께 실종된 해군 사병 44명의 생사를 확인하는 물증이 들어 있다. 함미를 인양하면 어떤 이유로 1200t이나 되는 초계함이 침몰했는지, 실종자들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때다. 천안함 침몰이 외부 도발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자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함미가 수심 45m에서 25m 지점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인양작업도, 실종 사병 수색을 위한 잠수작업도 훨씬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백령도 현지의 기상상태가 악화되고 있고 15일부터 다시 사리가 시작돼 조수간만의 차가 커지면 작업이 힘들어진다. 500t 무게의 함미를 옮기는 데 성공했지만 격실에 가득 찬 바닷물과 물의 표면장력을 더하면 인양해야 할 함체의 무게는 최대 2000t에 이른다. 인양작업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절대로 착오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눈앞에 나타난 함미를 보고 유가족과 군 당국의 마음이 다급해질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냉철함이 요망된다.
실종자들에 대한 예우와 처리도 각별해야 한다. 인양작업 과정에 시신이 손상되거나 유실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안전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함미 인양 과정에서 폭발원인을 밝혀줄 증거가 손실되는 불상사도 막아야 한다. 완벽한 인양작업을 거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로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냉철한 수습과 대응도 가능하다. 가시권에 들어온 천안함 인양작업과 원인규명, 후속 대응에 정부와 군, 그리고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