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학교 폐허에 남은 中위수 지진의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초등학교에는 요란한 불도저만이 흙먼지를 일으킬 뿐이었다. 주인 잃은 작은 책상과 의자들만이 구석에 쌓여 초등학교라는 것을 보여줬다. 지진 발생 4일째인 17일 중국 칭하이(靑海) 성 위수(玉樹) 짱(藏·티베트)족자치주 위수 현 제구(結古) 진의 제3완취안(完全)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눈에 들어온 모습이었다.

이곳은 학생이 3140명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초등학교다. 14일 오전 발생한 지진으로 새로 지은 중앙 건물을 빼곤 부속건물이 대부분 무너졌다. 교사들이 손으로 흙을 파내 많은 학생을 구조해 냈지만 결국 34명이 숨졌다. 또 등굣길에 골목길 담 등이 붕괴하면서 50여 명이 더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교사는 “지진이 조금만 더 늦게 발생해 아이들이 모두 등교했더라면 더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이곳에는 학부모로 보이는 한 젊은 부부가 찾아와 말없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제구 진 전체에서 16일 밤 현재까지 학생만 10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제구 진에는 이들을 포함해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다.

꼭 1년 전이다. 지난해 4월 20일 쓰촨(四川) 성 베이촨(北川) 현 당위원회 선전부 펑샹(馮翔) 부부장은 그의 쌍둥이 형 집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의 초등학생 아들은 2008년 5월 12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학교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블로그에 ‘너무도 많은 만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고 “만일 내가 죽는다면”을 8차례나 언급하면서 창졸간에 아들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토로했다.

또 그는 “아들아. 만일 어느 날 내가 죽게 되면 엄마에게 내 유골을 취산(曲山)초등학교 나무 밑에 묻어달라고 할 게”라고 썼고 결국 아들 곁에 묻히고 말았다.

쓰촨 대지진이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마음의 여진은 끝나지 않았다. 많은 생존자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이미 펑 부부장을 포함해 여러 명의 자살자가 나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도 상당히 많다.

지진이 남긴 물질적인 상처는 언젠가는 수습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순식간에 잃은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이들을 보면서, 천안함에서 창졸간에 자식이나 애인을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안함 유가족이나 살아남은 위수 지역 주민 모두 희망을 잃지 않기를 기원한다.―위수에서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