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천안함 침몰 22일 만에 처음으로 사태 개입을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군사논평원’ 명의로 “남조선 괴뢰군부 호전광들과 우익 보수정객들은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되자 불상사를 우리와 연계시켜 보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대남 공세를 폈다. 북은 “역적패당은 최근 외부 폭발이 어뢰에 의해 일어났고 그 어뢰는 우리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에 의해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북 관련설’을 날조 유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을 연상시키는 ‘논평’으로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16일 천안함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군은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인식한다”며 북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도 같은 날 “선체 내·외부 육안검사 결과 외부폭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배의 절단면 등 여러 정황에 비추어 선체 외부의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인 규명을 좁혀 들어가자 북은 특유의 잡아떼기 전략으로 선수를 치는 듯하다.
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침몰 원인 가운데 암초에 의한 좌초, 내부 폭발, 피로 파괴가 배제되면서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말고 누가 서해에서 우리 군함을 향해 어뢰를 쏘겠는가. 합동조사단의 신중한 태도는 확실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
북한 정권은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수행원 31명이 죽거나 다친 아웅산 테러사건 때 북에서 보낸 범인이 잡혔는데도 우리 측에 뒤집어씌웠다. 1987년 115명이 희생된 대한항공 여객기(KAL 858기) 공중 폭파 테러사건에서도 김현희가 체포돼 북의 지령에 의한 범행임을 자백했지만 오히려 남한의 자작극으로 몰고 갔다. 저들은 1974년부터 1990년까지 잇따라 발견된 대남 침투용 땅굴도 우리가 판 ‘북침용 땅굴’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천안함 침몰이 북의 소행으로 밝혀져도 북이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에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것도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서다. 지금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줄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다. 북을 옴짝달싹 못하게 할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