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노경수]위기관리체제, 효율성이 먼저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천안함이 피격된 지 25일이 지났다. 정부와 군이 보여준 위기관리 태세는 어떠했는지 돌아볼 때이다. 백령도 앞바다의 침몰 현장부터 군 비상지휘 통제체제, 더 나아가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까지 심각한 혼선을 빚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앞에서 당리당략을 챙기는 너무도 안이한 모습을 보였다.

참모 인력 늘린다고 되나

일각에서는 기존의 안보체제, 특히 최고통수권자를 보좌하는 국방안보 참모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내 국방안보 비서진의 증원을 주장한다. 하지만 우수한 참모기능은 단순한 인력증원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국가의 위기관리 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폭 넓은 군사안보 지식을 갖추고 신속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인력이라도 체계적이고 적절히 움직일 수 있는 체제가 더욱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천안함 피격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확인하더라도 우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냉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가 위기관리 체제가 필요한 이유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함으로써 위기상황을 조속히 종료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북한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호한 대북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위기상황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천안함 피격 못지않은 큰 충격을 주었던 북의 대남도발은 과거에도 많았다. 1968년 청와대 기습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83년의 아웅산 테러 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을 비롯해 냉전종식 이후에도 제1, 2연평해전을 포함해 북의 크고 작은 대남도발은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남북 간에는 걷잡을 수 없는 군사적 충돌이 이미 수차례 발생했을 것이다. 우리는 냉철한 판단을 통해 위기상황을 확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대응이 안보의지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를 북한에 심어주지 않았는가 우려된다. 냉전종식 이후 지난 20년의 기간이 특히 그러하다. 우리는 평화착각증후군(false peace syndrome)에 빠져 있었다. 이제는 대북 안보의식을 다시금 고취하고 국방태세를 강화할 때다. 세계적으로는 냉전이 끝났고 우리의 대북관 역시 평화를 희망하는 유화적 성격으로 변했지만 북한의 대남전략에는 변함이 없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목숨을 걸고 서해 바다를 사수하다 산화한 우리 해군 수병들이 국민에게 값진 경종을 울려주고 갔다고 생각하자. 천안함 피격이 북한 책임으로 규명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아니 열 배 이상의 군사적 응징을 가하고 싶은 게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의 속마음일 것이다. 북한 군부는 우리가 군사적 대응을 취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마찰이 그들의 입지를 강화해주기 때문이다.

불안요소 빨리 잠재우는 게 목표

북한 군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성장과 국방력 강화이다. 비슷한 군사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가 사용하는 국방 관련 예산은 현저히 낮다. 향후 한반도 평화유지는 국방예산 증가와 실질 전투력 보강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북한 군부에 좀 더 효과적으로 고통을 주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느슨해진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군사위기 대응체계의 전반적 재정립에 힘써야 한다. 또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차단하려면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안보협력을 더욱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노경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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