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원은 7일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헬스케어시티(DHCC) 안에 ‘메디컬센터’를 열었다. 삼성의료원 메디컬센터가 입주한 ‘IBN 시나빌딩’ 2층은 미국 최고 병원인 메이요 병원의 클리닉이 5년간 있던 자리다. ‘메이요 클리닉’은 미국 의료진 대신 레바논 출신 의사를 썼다. 당연히 의료 서비스 수준이 명성에 못 미쳤고 환자들이 찾지 않자 결국 철수했다. 삼성의료원 메디컬센터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한 소화기와 순환기 내과 교수 2명, 간호사 2명, 의료기사 1명이 머물며 직접 진료를 한다.
20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의료원 원장실에서 만난 이종철 삼성의료원장(62)은 “한국의 의료 기술과 서비스 수준이면 중동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7일 열린 개소식에 현지 관심이 뜨거웠다고 들었다.
“당시 개소식에 두바이 부통치자(deputy ruler)인 셰이크 알막툼과 왕족들이 참석했다. 개소식이 끝나고 하이엇호텔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국왕을 접견했다. 국왕은 병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삼성’ 제품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개소식과 국왕 접견 소식은 두바이 방송 메인 뉴스와 주요 일간지 1면 톱으로 소개됐다.”
―메디컬센터는 총면적 1106m²(약 334평)에 6개의 진료실과 내시경실, 심장초음파실, 회복실, 처치실 등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소규모인 셈인데 국왕까지 나설 정도로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인가.
“두바이 진출 과정 중 두바이보건부(DHA)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찾아와 조사를 했다. 한마디로 한국 의료시설 기술 서비스가 이 정도로 뛰어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내용을 아마 국왕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두바이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경제위기를 겪는다고 해서 의료 수요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로 원정 진료를 가는 것보다 자국에서 치료받으려는 의료 수요가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또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동의 VIP 환자들이 미국 병원으로 가기를 꺼리고 있다. 유럽 쪽은 환자에 대한 서비스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 인덱스홀딩스가 수준 높은 의료기관의 자국 유치를 위해 힘쓰다가 우리에게 먼저 진출을 제안했다. 그쪽 얘기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문화적으로도 기독교 일색인 미국, 유럽 지역보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이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미국, 유럽에 뒤지지 않는 의료 기술을 갖고 진료비가 저렴한 장점 덕분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개소하기 전에 이미 400명이 진료 예약을 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과연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가.
“한국의 암 완치율(5년 생존율)은 미국 유명 병원에 맞먹는다. 반면 진료비는 매우 저렴하다. 두바이의 경우 진료를 받으려면 우리나라에 비해 평균 3배나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삼성의료원의 중동 진출이 글로벌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나.
“그렇다. 두바이 센터가 성공한다면 카타르 등 인근 지역으로 진료센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두바이 쪽에서 먼저 요청한 건강검진센터 설립도 검토하겠다. 또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중국 등 인근 국가의 의료 수요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는 중국 베이징대와, 삼성서울병원은 중국협화의과대학(PUMC)과 협약을 맺고 있다. 국제진료센터가 4년 뒤 완공되면 외국인 환자들을 본격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화가 삼성의료원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나.
“개원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최고의 의료진, 최고의 서비스를 내세운 진료 중심 병원을 지향했다. 이젠 그게 한계에 다다랐다. 앞으론 연구에 더 힘을 쏟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은 연구 인력 비중이 80%, 진료 인력 비중이 20%다. 이를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돌파구가 바로 글로벌화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삼성의료원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진료와 연구를 통합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앞으로 질병 치료는 ‘유전자’라는 근본 원인을 찾아 조작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다. 연구하는 의사는 질병을 예측하는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고, 진료하는 의사는 표적 치료를 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이미 세계 최대의 유전자 해독기업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또 인력 보강을 위해 성균관대 의대에 의생명과학과를 신설해 매년 6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러면 의과 40명을 포함해 매년 100명의 진료 연구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
정리=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두바이 헬스케어시티는 왕이 소유 안하는 특별구역 美-加-佛 등 87개 병원 입주
삼성의료원이 7일 ‘두바이 메디컬센터’를 개원한 곳은 두바이 4개 특별지역 중 한 곳인 헬스케어시티(DHCC)다. 두바이 국토는 모두 국왕 소유지만 특별지역만은 세금 면제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헬스케어시티는 세계 최초의 의료자유구역이며 의료 커뮤니티(구역1)와 건강 커뮤니티(구역2)로 나뉘어 있다. 의료 커뮤니티는 38만 m²(약 11만5000평)에 하버드대 메디컬센터를 비롯해 미국 보스턴대 치과병원, 캐나다 캐나디안병원 등 87개의 크고 작은 병원이 입주했다.
건강 커뮤니티는 176만5157m²(약 53만3960평)에 주택병원, 외래진료소, 고급 스파, 리조트 등을 갖춰 웰빙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두바이는 당초 해외로 원정 진료를 가는 자국민을 수용할 의료단지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주거와 리조트, 재활치료 기능을 추가한 대규모 의료관광단지로 바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메디컬 허브’로 만들 예정이다. 문지웅 삼성의료원 기획조정처 국제협력실장은 “두바이 전체 인구에서 자국민은 20%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 유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자국민에게 무료 진료를 한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헬스케어시티는 병원 외에 제약회사, 건강마을, 침술원 등을 집어넣어 통합 진료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종합계획이 잘 짜여 있고 다른 나라 의사도 쉽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줄여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이종철 원장
△1948년 경남 마산 출생 △1967년 경기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의대 졸업 △2000∼2005년 삼성서울병원장 △2009년∼ 삼성의료원장·성균관대 의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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