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시법 공백 방치, 촛불시위 기대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야간 옥외집회시위 금지 규정은 1962년 12월 법 제정 때부터 있었다. 이 규정은 ‘양김(金)’으로 대표되는 민주화세력의 주도로 1989년 3월 집시법을 개정할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유지됐다. 야간 집회는 폭력화하기 쉽고 공공질서를 침해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모든 국민이 야간에는 평온한 생활과 수면권 같은 행복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자리 잡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집시법이 야간 옥외집회를 가질 경우 헌법이 금지한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고, 금지 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이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나온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여야가 집시법을 개정하지 못해 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국회에는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각각 집시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았지만 의견 차가 커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 의원은 옥외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강 의원의 개정안은 옥외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축소하고 금지 장소도 주거지역, 군사시설, 초중고교 주변과 집시법 제11조의 절대 금지 장소(국회의사당, 대통령 관저, 대사관 등)로 한정하고 있다. 강 의원의 안대로라면 서울 도심 광화문 인근에서 밤새도록 야간 촛불시위가 가능해진다.

야간 집회시위의 위험성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충분히 확인됐다. 당시 55건의 폭력시위 가운데 46건(83.6%)이 밤 10시 이후에 벌어졌다. 경찰청이 지난 12년 동안의 집회시위 양상을 분석한 결과 야간의 폭력시위 비율은 6.2%로 주간 0.45%의 13.8배나 됐다. 야당은 야간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지만 단순 비교할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이라도 수갑을 채운다. 한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고 경찰 차량을 때려 부수는 일이 다반사다.

야당이 야간 시위를 최대한 허용하려는 것이 시위에 기대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회는 야간의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도록 집시법을 조속히 고쳐 법 공백 사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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