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빌라에서 지난 주말 불이 나 76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제때 불을 못 껐다면 빌라 전체가 타버릴 뻔했다. 방화였다. 범인은 18세 소년 두 명. 중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경찰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타는지 보려고 불을 질렀다”고 했다. 같은 날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관심을 끌기 위해 13층 아파트에서 벽돌을 떨어뜨려 때마침 아파트 화단에 있던 여중생을 중태에 빠뜨렸다. 단순히 사춘기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일탈이다.
▷장난삼아 혹은 호기심에서 하는 행동이 인명을 해치거나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의 부상은 물론이고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길 우려도 있다. 올해 2월 중고교생들의 졸업식 알몸 뒤풀이는 ‘세대 차이’라고 가볍게 볼 수준을 넘어섰다. 이번엔 막장 ‘생일빵’ 사진이 물의를 빚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군 입대를 앞둔 친구의 생일빵을 한다며 친구의 성기를 노출시키고 항문에 이물질을 삽입해 사진을 찍은 뒤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충동적이고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이유 없는 반항’을 하는 원인으로 과거에는 성호르몬 작용이나 과도한 사회적 금기를 들었다. 최근의 뇌 과학은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의 뇌는 감각을 관할하는 변연계는 발달돼 있지만 판단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前前頭葉)이 미성숙 상태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음악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들고 초인종 소리만 나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는 감각이 발달돼 있기 때문이고, 반면 전전두엽이 덜 발달해 도덕적 성찰(省察) 능력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누구나 성장 과정에 청소년기를 거치지만 요즘 청소년의 일탈행위가 심해지는 것은 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성적 위주의 입시제도에서 오는 공부 스트레스가 심하고,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人性)교육은 부족하다. 유치원 때부터 시민의 책임과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 지역사회와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정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 됨됨이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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