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분단된 지 60년이 되다 보니 군(軍)도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국민과 군이 함께 각성해 안보의식을 확고히 다질 것을 요망했다. 북한 호전집단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다시피 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안보 차원의 대응을 소홀히 하는 사이에 군대도 비슷한 체질로 변했다. 이 대통령은 3·26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군을 여러 각도에서 좀 더 예민하게 관찰했을 것이다. 그제 발언이 그런 연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 군의 깊은 반성과 정신 재무장, 그리고 행동을 통한 변화가 요구된다.
군도 변해야 하지만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부 내 ‘안보 신경계’도 시급하게 보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천안함 사태 발생 이후의 정부 대처를 보면서 이 대통령이 구체적 안보 사안에 부닥쳤을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최적의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안보 사태는 원인이 다 밝혀지기 전이라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다.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저렇게 됐다면 그것은 ‘재난’이 아니라 ‘전쟁 상황’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이런 정도의 문제의식을 갖고 천안함 사태에 대응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현 체제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안보문제의 최고 두뇌 역할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헌법은 91조에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 대내정책의 수립에 관해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사무처를 폐지하고, 그 대신 장관급 협의체인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와 실무회의체인 ‘외교안보실무조정회의’를 두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NSC 사무처가 이념 편향과 비대한 조직으로 월권 시비가 잦았다는 이유였지만 손발 없는 장관협의체만으로는 안보 현안에 유기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수집과 분석, 고도의 정치적 공작과 심리전 등을 통해 국가안보의 버팀목이 돼야 하는 국가최고정보기관이다. 과거 좌파정권 시절 국정원은 그런 역할을 약화시키고 대북 협력사업의 심부름꾼 노릇을 했다. 지금의 국정원은 그 체질을 완전히 벗겨내고 본연의 기능을 전면 복구했는가. 국정원장이 정보 전문가가 아닐수록 기본 책무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내 문제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보시스템 보강은 지방선거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대통령은 때를 놓치지 말고 정부의 안보 신경계를 시스템 차원에서, 그리고 인적 차원에서도 재구축해 천안함 사태 이후의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보 기반을 실체적으로 공고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