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재단이 설립한 사립학교일지라도 학생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4년 서울 대광고에 재학 중이던 강의석 씨가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하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은 강제 종교교육과 퇴학 처분은 위법’이라며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법상 정교(政敎)분리의 원칙에 따라 국공립학교에서는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건학(建學)이념에 선교가 포함돼 있는 종교계 사립학교는 종교교육을 시행할 수 있고 정부와 국민도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2009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문계고를 포함한 전국의 941개 사립고교 가운데 종립고교는 315개교다. 고교의 경우 종교사학이 33%나 된다. 이 중에는 1973년 고교평준화 이전에 세워진 학교가 적지 않다. 이런 사립학교에 종교와 관계없이 학생들을 강제 배정하다 보니 대광고 같은 문제가 생긴다. 종교계 사학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일이다.
정부가 1997년 마련한 학교교육과정편성 운영지침에는 ‘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할 때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돼 있다. 실제로 일부 종교사학에서는 원하지 않는 학생에게 예배시간에 불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서울시에서 올해 처음 실시된 고교선택제에서도 종교는 학생 배정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특정 종교를 믿는 학생만을 해당 사학에 배치할 경우 학생 수급 불균형과 ‘먼 거리 배정’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컴퓨터 배정 때 종교를 고려한 사전 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립학교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학교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학생이 의사와 관계없이 배정된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종교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선택할 권리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 학생이 다른 종교계 사학에 배정돼 신앙에 배치되는 교육을 받자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종교도 갖고 있지 않는 학생들의 무(無)종교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 사립학교가 종교적 건학이념에 맞게 학생들을 가르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자면 학교선택권을 더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