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의 ‘自爆정신’ 강조에 깔린 불안과 狂氣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북한 김정일은 25일 자칭 ‘조선인민군 창건 78주년’을 맞아 실시된 대규모 군사훈련 현장에서 군 수뇌부에 둘러싸여 감격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1932년 4월 25일 조직했다는 항일유격대를 조선인민군의 시작으로 보는 것부터 김일성 우상화를 위한 역사 조작의 산물이다. 김정일은 이 자리에서 “인민군은 수령 결사옹위 정신, 자폭(自爆) 정신을 절대 불변의 신념으로 간직한 강군으로 자랐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방송들은 “각종 지상포(砲)의 위력한 협동 타격에 의해 적진은 삽시간에 무너지고 불바다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자폭정신’은 테러 집단의 두목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온몸에 폭탄을 감거나 트럭에 폭탄을 가득 싣고 돌진하는 알 카에다, 혹은 태평양전쟁 때의 일본군 가미카제(神風) 자폭특공대를 연상시킨다. 주민을 굶겨 죽이다 못해 수령 옹위를 위해 자살 폭탄으로 내몰려는 김정일 집단의 광기(狂氣)가 섬뜩하면서도 애처롭다.

북은 요즘 천안함 침몰 원인이 점점 자신들을 향해 좁혀들자 연일 전쟁 협박에 나서고 있다. “우리의 존엄을 모독한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며 이제 그것을 직접 맛보게 될 것”(22일), “지금 정세는 금강산관광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일발의 최극단에 와 있다”(23일),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핵 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침략의 아성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것이다”(24일) 같은 원색적 공갈이다.

북한의 상습적 협박에는 체제유지의 어려움에 대한 불안과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말 무모한 ‘100 대 1 화폐개혁’ 이후 내부 불만을 밖으로 분출하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최근 100여 명에 이르는 장성급 승진 잔치는 군 특권층에 대해 경제적 포상을 해줄 돈이 없어 인사 특혜로 때우려는 의도와 함께 천안함 관련 포상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란스럽게 짖는 개는 물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김정일 집단은 온갖 내부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체제 안정이 어려워지면 천안함 상황보다 더 단말마적인 도발을 해올 수도 있다. 북의 협박에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때로는 유연하되 유약해선 안 된다. 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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