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28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리스는 정크본드 등급인 ‘BB+’로 3단계, 포르투갈은 ‘A―’로 2단계 강등됐다. 스페인은 1단계 떨어진 ‘AA’지만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네 번째일 만큼 비중이 커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국가 위기의 핵심은 정부 씀씀이가 세수(稅收)보다 커서 생긴 재정적자다. 국가부채 100%가 넘는 이탈리아와 함께 머리글자를 따서 PIGS라고 한 덩어리로 취급된다. 미국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PIGS의 공통점으로 비대한 공공부문, 방만한 재정, 경직된 노동시장, 경쟁력 추락을 꼽았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집권세력은 이를 부추긴 포퓰리즘 좌파정부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임금과 복지혜택은 늘리고, 해고를 어렵게 해 되레 고용까지 어렵게 만드는 것이 이들 정부의 특징이다.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악명이 높다. 스페인은 유럽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는 강성 노동조합이 국가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들 나라의 무능한 집권세력은 유로존에 편입된 후 교육이나 연구개발 투자는 뒤로 미룬 채 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리느라 국가경쟁력을 키우지 않았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가 복지수준과 함께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워온 것과 대조적이다. PIGS가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당장 연금과 실업급여 등을 조정해 정부지출을 줄이고,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더 일하고 덜 받아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단맛에 길들여진 노조의 반발이 거세 난관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IGS 국가를 보면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무능한 정권이 노동시장을 과보호할 때 어떤 난국이 닥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3.3%로 주요 20개국(G20)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우리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이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PIGS의 몰락이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