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능 최강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기능올림픽에서의 16차례 우승, 금융위기의 신속한 탈출이 잘 보여주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능선진국은 결코 아니며 제조업 강국은 더욱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4월에 16개 시도가 개최한 지방기능경기대회에는 신설 직종 6개를 포함한 총 56개 직종에 작년보다 1000여 명이 증가한 9878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방기능경기대회에 기능인이 유례없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꾸준히 추진한 대기업과의 기능장려 협약에 따라 기능경기대회 출신의 취업 길이 대폭 열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마이스터고의 개교와 더불어 학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큰 활력소가 됐다. 작년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종합우승 직후 정부가 국제기능진흥협력센터의 건립 계획을 밝힌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된다.
스포츠 올림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기능올림픽 역사상 16차례의 종합우승을 하던 순간에 많은 국민이 따뜻하게 격려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캘거리에서 감격을 느끼던 당시만 해도 기능선진국의 실현과 제조업 강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이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국제기능진흥협력센터 건립이 지지부진해 안타깝다. 센터 건립은 기능강국에서 명실상부한 기능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마이스터의 육성은 기능강국이 기능선진국으로의 기반을 다지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기능인의 개인적인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기능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교육과 기업을 포함해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뒷받침해야 가능한 일이다. 마이스터고의 설립은 대통령의 언급처럼 ‘21세기를 헤쳐 갈 인재를 육성하고 우리 교육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중병을 앓는 전문계고를 살리는 교육시스템의 혁신이다.
마이스터고는 또 다른 특성화된 전문계고의 출현으로 볼 수 있다. 마이스터고의 성공을 위한 조건은 지금 전문계고가 당면한 문제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마이스터고의 목표와 연관이 있으므로 더욱 중요하다.
마이스터고는 첫째,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본질을 회복해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졸업 후 예비 마이스터를 제대로 대우하는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재능 있는 우수한 예비 마이스터를 숙련된 전문가, 즉 마이스터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세 가지를 삼위일체로 하는 시스템 구축은 마이스터고가 추구해야 할 본질이지만 단지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하드웨어의 구축은 마이스터고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조건만 다 갖춘다고 해서 결코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중요한 점은 소프트웨어다. 지금은 산업화시대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실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고질적인 인식의 타파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비 마이스터를 제대로 대우하는 일자리도 문제지만 과연 이들이 주어진 일자리에 만족하고 마이스터로 성장해 갈지도 미지수다.
오랫동안 기능강국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기능선진국과 제조업 강국을 이룩하지 못한 것은 실패한 실업교육정책의 한 단면이다. 마이스터고가 학벌보다 실력이 인정받는 기능선진국을 만드는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더는 기능강국으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능선진국으로의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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