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최고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지난달 30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 참석 방문이었고 30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적으로 한반도의 불확실성을 한층 증대시킨 천안함 사태 이후 첫 4강 정상과의 만남이며,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일 수 있다는 심증 가운데 열린 회담이어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천안함’엔 국제사회와 발맞춰야
후 주석은 천안함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직접 위로와 위문의 뜻을 전했다. 이웃 국가의 불행에 대한 일상적 위로 정도로도 볼 수 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보면 이 문제가 한중 간 중요 의제로 부상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 정부의 처리 방침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한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에게 조사 결과가 북한의 소행으로 나오면 6자회담 참가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통보해 안보리 회부 절차를 밟기로 했음을 알렸다. 결국 6자회담 재개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 후에 가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설명했고 최종 조사 결과도 중국 측에 사전에 알려주겠다는 의사를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했다. 이는 중국이 ‘무엇인가 결심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을 확실히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중국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강조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후 주석의 천안함 관련 언급은 의미가 있으나 이에 대한 해석에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 후 주석은 같은 날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에서는 “쌍방 사이의 친선 내왕과 협조를 부단히 발전시키고 국제무대에서 서로 지지하고 협력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결국 확고한 증거가 없다면 중국은 국제무대에서도 북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꿀 이유가 없음을 일상적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공표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동안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을 공전시키면서 핵실험까지 했다. 이를 응징하려 했던 유엔 안보리 제재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국의 대북 지원과, 어떠한 행동을 해도 ‘중국은 결국 우리 편’일 것이라는 북한의 인식 때문이라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행동과 책임 있는 자세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엄밀하게는 중국이 천안함 사태에 어떠한 의사를 표현하고 북한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철저하게 중국의 일이다. 국제무대에서의 외교 행위는 늘 자국 이익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이 ‘적절하게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공식 논평도 충분히 이해된다.
위상에 어울리는 책임있는 행동을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동안 중국이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국내 안정을 위해 많은 것을 용인하는 한반도 정책을 실시해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핵보유국을 주장하는 북한’과 ‘안정된 북한’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었고 앞으로 그 정책적 모호성의 결과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중국이 진정한 세계적 국가로 성장하려면 국제사회의 지도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눈앞의 이해관계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의 고려에서 출발해야 국제사회에서 신망 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음을 중국이 잘 이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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