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무늬만 갖추면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정당의 내부 경선은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를 공정한 방식으로 뽑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선 경쟁력도 키우고 흥행몰이 효과도 있어 공직선거 후보선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전반적으로 경선다운 경선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16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가운데 한나라당은 서울과 제주 두 곳, 민주당은 서울 인천 광주 세 곳에서만 경선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다. 나머지는 전략 공천이나 단수 출마로 후보를 결정했다.

특히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방식은 실망스럽다. 서울시장 후보 선출은 정치적 위상이나 역할 때문에 여타 다른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다. 그런데 민주당은 TV토론도 한 번 거치지 않고 100% 여론조사만으로 6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계안 전 의원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경선 형식만 갖추었을 뿐 진정한 경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나경원 김충환 의원 등 3명을 놓고 오늘 선거인단 투표 80%와 여론조사 20%로 후보를 결정한다. 이들은 4차례 TV토론을 거쳤다.

한 전 총리 측의 고집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다시피 한 민주당 지도부도 떳떳하다고 할 수 없다. 비록 당내 경선이긴 하지만 TV토론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릴 좋은 기회이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100% 여론조사 경선은 이 전 의원에 비해 지명도가 훨씬 높은 한 전 총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으니 공정하지도 않다.

이 전 의원은 “특정인을 옹립하려는 요식행위이자 무늬만 경선에 참여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불참하면 경선 자체가 물 건너간다. 한 전 총리 측은 “TV토론이 상승효과를 내지 못하고, 빨리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만 달러 뇌물 수수 혐의와 새롭게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부담에다 ‘자신감 부족’ 때문에 TV토론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형식적인 경선은 당원과 유권자를 기만하는 일이다. 서울시장 선거 본선에서는 활발한 TV토론이 벌어져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역량과 자질을 파악할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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