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8회 어린이날에도 홀로 있을 아동 90만 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아동학대 하면 흔히 신체폭력이나 성폭력만을 떠올리고 아동방임은 학대가 아니라고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방치(放置)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대표적 아동학대다. 집 안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화재 식중독 등 사고 위험과 마주하며 끼니를 걸러 영양실조에 시달리는가 하면 성범죄의 표적이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세심한 보살핌, 적절한 교육,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방임아동’이 전국적으로 102만5600명(2008년 기준)에 이른다. 전체 아동 667만 명의 15%를 넘는 어린이가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니 내일 88회 어린이날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혼 실업 빈곤 등으로 가정해체가 가속화하면서 아동방임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193건의 아동학대 신고 사례 가운데 방임이 708건(32%)으로 가장 많았다. 아동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은 물리적 방임이 가장 많지만 교육을 시키지 않거나 병이 나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가출해도 찾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방임아동 가운데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아카데미, 방과후 보육 등 정부의 보호 서비스를 받는 대상은 12만1000명에 불과하다. ‘미래희망돌봄’ 사업은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동을 방과후에 120시간 돌봐주는 여성 ‘희망선생님’을 파견한다. 이 혜택을 받는 아동은 3500명밖에 안 된다. 방임아동의 88%인 90만 명이 가족의 보살핌이나 사회의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내팽개쳐진 셈이다.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이 투철한 선진국에서는 부모가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방치해도 그 책임을 엄하게 물어 친권(親權) 박탈 조치까지 취한다. 사회가 방임아동을 내버려둘 경우 이 아이들은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유엔 세계아동인권선언은 ‘아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의 형편이 안 된다면 국가와 사회가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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