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은 성서에서 기록을 볼 수 있는 오래된 질환이다. 혈액 내의 출혈을 멎게 하는 응고인자가 없거나 부족해서 출혈 시 지혈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현재는 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어 쉽게 지혈할 수 있다. 한국코헴회에 등록된 국내 혈우병 환자는 2000명 정도이다. 등록되지 않는 환자를 포함한다면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혈우병성 출혈이라 하면 겉으로 보이는 출혈만 생각하기 쉬운데 혈우병 환자에게는 관절근육장기 등 신체 내부에서도 출혈이 일어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출혈을 제때에 지혈하지 못하면 관절 장애 등 합병증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평상시 출혈 징후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응급상황 발생시에도 병원에서 치료만 잘 받으면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우리보다 50여 년 먼저 혈우병 치료를 시작한 많은 나라에서는 혈우병 센터를 집중 지원하고 육성해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1975년부터 혈우병 치료센터를 설립하는 병원에 정부기금을 지원하는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혈우병 치료는 획기적으로 변화됐다. 환자 1인당 입원일 수 및 타 병원 대비 사망률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총진료비도 5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하는 등 여러모로 이상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건당국의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보험제도와 약물 공급은 선진국 수준이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 응급상황에서 마땅한 대처가 어렵다. 따라서 혈우질환 전문의와 치료제를 갖추고 보건당국의 지원과 보호를 받는 혈우병 센터를 운영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물론 소수의 소신 있는 의료진이 많은 위험과 희생을 감수하며 혈우병 진료에 임하고 있다. 한국코헴회는 의료진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혈우병을 극복하고 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 세계의 혈우병 환자가 1년에 한 번 모인다. 세계혈우인의 날(4월 17일)이다. 국내에서는 많은 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넘어갔지만 소수의 희귀난치성 출혈 질환자가 보건당국의 체계적인 관리로 건강을 지키고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보건당국과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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