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종호]4년 지역교육을 포기하시겠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지방선거에서는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와 더불어 시도교육청 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교육감 후보를 아는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국민의 관심에 비하면 교육감 후보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실제 어느 일간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대학입시 사교육 교원평가 무상급식 등 교육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학교운영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간접투표 방식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제도가 실시되고 정착하기도 전에 국민의 무관심 속에 직선제에 대한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처럼 교육감을 시도지사가 직접 임명하거나 또는 러닝메이트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대안을 언급하지만 이런 논의는 교육문제가 정치 쟁점화됨으로써 나타날 문제를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대안을 논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국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제도를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왜 교육감 선거에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가. 먼저 교육감의 실체적 위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교육감은 교원에 대한 인사권과 교육재정권 외에도 실제적 교육정책 집행에서 중요한 결정권을 갖는다. 예를 들면 평준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자율형 사립고나 공립고를 확대할지를 결정하는 데 교육감이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또한 교육감은 무상급식 정책과 같이 교육현안에 대한 결정과 더불어 예산편성권을 갖는다. 지역의 교육현안에 대한 최고 결정권자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교육감이다.

교육감 선거에 유권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교육감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핵심문제는 이전 선거에서 문제가 된 낮은 투표율이 아니라 묻지마식 투표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를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실제적 문제이다.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는 너무나 크다. 얼마 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인사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는가를 반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유권자인 국민의 무관심이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소중한 내 한 표를 행사하면서 누군지도 모르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학교임원 선거에서 초등학교 학생이 보여주는 진지함을 우리 어른이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 워싱턴의 교육개혁을 주도한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교육제도 개선과 학생의 교육복지 및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개혁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다름 아닌 교육감이다. 다음 달 2일 치를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교육청 교육감 선출과 관련한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는 앞으로 4년의 지역교육 발전에 중요한 초석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나아가 유권자의 교육주체 의식을 바탕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해 2010년이 미래세대 교육을 위한 성숙한 국민중심 교육제도를 만들어가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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