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과 안보체제 일신, 실천 각론이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국방부에 가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한 것은 1948년 창군(創軍) 이래 처음이다. 천안함 폭침사태에 대한 반성과 결의를 이 대통령이 국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우리는 이해한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했다”는 말로 사실상 북한을 천안함 사태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원인을 찾고 나면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그는 국가안보 태세의 총체적 점검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의 한시적 구성과 대통령실의 안보기능 강화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훗날 역사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우리 국군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군에 강도 높은 주문을 했다. 군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새롭게 정신무장을 다질 것을 촉구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군의 안보태세, 긴급 대응 및 보고 지휘체계, 정보 능력, 기강을 전면 쇄신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작전도, 무기도, 군대조직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남겼다. 어제 회의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치명적 무기로 무장한 집단을 지척에 두고도 살얼음판의 평화에 취해 무신경하게 살아온 데 대한 자성의 의미를 지닌다. 북을 주적(主敵)으로 재설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대북 정보감시 강화, 초동조치 보완, 서북해역 대비 개념 재정립, 위협 우선순위 재평가, 장병 정신 재무장을 다짐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다짐과 반성 속에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국가안보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어떻게 이를 구체화할 각론을 마련하고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 대통령은 안보특보를 두겠다고 했으나 좀 더 실효성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와대는 위기상황센터를 위기관리센터로 바꾸어 지난 정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했던 위기 진단과 기획을 맡길 모양이다. 위기관리센터는 천안함 사건을 안보 문제가 아닌 재난 차원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안보의 침탈과 재난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군은 천안함 사태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구체적 실천으로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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