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진타오-김정일 악수, 천안함 대응에 방해 안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굳은 악수를 나눴다. 중국 지도부가 대거 출동해 다롄 톈진을 거쳐 방중(訪中) 사흘 만에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을 변함없이 혈맹으로 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북-중 양국은 후진타오-김정일 정상회담에 대해 아무런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중국의 대북(對北) 경제지원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북한이 6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6자회담 재개는 북-중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핵심 현안이다. 중국이 북한에 경제지원, 투자, 식량지원 등의 선물보따리를 안기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카드로 화답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중국은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의 6자회담 관련 합의를 대단한 성과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03년 시작된 북핵 6자회담 7년 역사가 북한이 저지른 사기극의 기록임을 잊지 말고 말장난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를 들러리로 세워놓고 뻔뻔스럽게 1,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제는 공공연히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다. 6자회담의 산물인 2005년의 9·19공동선언, 2007년의 2·13합의는 북한의 약속 위반으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그사이 중유 100만 t을 챙기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앞장서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북한의 복귀를 환영한다면 6자회담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4일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갖기 위해서는 북한이 긍정적인 비핵화 조치를 포함해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한국 정부도 미국과 생각이 같다.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최소한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다시 밝히고 중단된 핵 불능화 조치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6자회담 재개보다 더 시급한 현안은 천안함 사태 해결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민군합동조사단은 수거된 알루미늄 조각 가운데 일부가 어뢰 파편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뢰의 화약성분도 검출됐다. 북한을 제외하면 어뢰로 한국 초계함을 공격할 세력을 달리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 것이다. 이런 상황에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카드로 성급하게 천안함 사태에 물타기를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모한 시도다. 후 주석은 김 위원장 끌어안기가 천안함 사태 해결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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