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중국은 一等국가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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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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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언젠가 한 정부당국자가 “오바마 후진타오 김정일과의 게임이다. 김정일의 가장 아픈 데를 찔러 굴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 대응에 관한 얘기였는데 “후진타오와는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생겼지만 북한 문제를 놓고 상대하기엔 쉬운 관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영향력에 걸맞은 道德性결여

정부 내 온건파는 “여러 수단을 생각해볼 수야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합법적인 것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라고 운을 뗀다. 사실상 그 방법 말고는 없다고 선을 긋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과의 확고한 공조는 물론이고 중국이 훼방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소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전군 지휘관회의 연설에서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한 국제문제임을 직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인 규명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협력체제 가동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원인을 분명히 한 뒤에까지 국제공조에만 매달려 안보의 자주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겁 많은 나라’로 업신여김을 당할 것이다.

3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동아일보사가 개최한 ‘천안함 후속 과제’ 좌담회를 지켜본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유엔을 통한 제재’에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뜻에 동의하겠는가. 유엔 제소가 오히려 우리의 행동 유연성 확보를 방해하면서 시간만 끌고 유야무야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바로 그날 김정일이 선글라스를 끼고 다리를 절며 중국 다롄에 나타났다. 김정일이 압록강 철교를 넘어 중국에 들어간 시각은 이 대통령이 중국 상하이로 날아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때로부터 불과 60여 시간 뒤였다. 후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천안함 침몰사고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고 있을 때 김정일은 중국 나들이 가방을 싸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 당국은 김정일 방중의 극적(劇的) 요소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중국은 북한뿐 아니라 베트남 미얀마 짐바브웨 같은 나라도 원조하면서 영향력 확대, 자원 확보 등의 국익을 추구한다. 서방 선진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어떤 나라를 지원할 때 민주주의 인권 반부패 같은 가치를 추구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내정 불간섭’을 앞세워 독재정권의 환심을 사고 있다.

2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 이런 글이 실렸다. “미국이 중국에 잘해주면 중국도 호혜평등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아니다. 중국의 정책결정은 아주 간단한 사실에 기반을 둔다. 중국 정부는 자국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북한이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 인권문제 할 것 없이 중국은 자국 이익에서 벗어나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반인륜 범죄자 포옹, 文明史역행

중국은 700여 년간 이어졌던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사실상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이 평양에 파견된 중국인들에게 아부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북한의 대중(對中) 종속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김일성 김정일 세습부자가 ‘주체사상’ 운운하면서 실제로 해온 일은 ‘미국에 체제안보 구걸하기, 중국에 경제적 연명 앵벌이하기’였다. 그리고 ‘민족끼리’를 합창하자며 자행해온 짓은 2400만 주민에 대한 반인륜적 폭정과 남한에 대한 반복적 도발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이미 2000년에 김정일을 ‘세계 6대 반인륜 범죄자’ 중 두 번째로 지목했다. 김정일의 악업은 그 후 10년간 더욱 지울 수 없이 많이 쌓였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약 미비 탓에 그를 ‘반인륜 범죄자’로 기소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의 반인륜 범죄 혐의는 차고 넘친다. 그런 김정일을 추종하거나 비호하는 남한 내 친북세력의 정체도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다.

작년 12월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2010년 외교의 중점을 ‘국제체제 전반에 걸친 개혁’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였다. 그 직후인 올해 초 중국 국방대 교수 류밍푸는 ‘중국몽(中國夢)’이란 책에서 “21세기엔 미국에 이어 중국이 일등국가 우승국가가 될 능력과 자신이 있다. 미국만이 일등국가가 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외쳤다.

21세기 인류문명이 아무리 후퇴하더라도 반인륜 범죄자를 포옹하는 나라가 일등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중국은 세계에 공자 사상을 열심히 전파하면서, 김정일도 끌어안는 이상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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