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인생에 필요한 네 가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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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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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따라 길을 걷다 한희원, 그림제공 포털아트
바람을 따라 길을 걷다 한희원, 그림제공 포털아트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어느 날 대학 졸업반인 제자가 물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쉽사리 직장을 얻기 어렵고 대학원에 진학해도 학문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학생이 많으니 인생 전체에 대한 막막함이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한 끝에 아주 조심스럽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네 가지 기본 덕목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너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라. 그것이 첫 번째 덕목이다.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이 있지만 모두 너의 인생을 알차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참고서적일 뿐이다. 그러니 책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남이 읽는 책을 따라 읽는 부화뇌동의 독서를 하지 마라. 너 자신의 관심 영역을 넓고 깊게 만드는 독서를 지속하고 정신적 자극제로 삼아 진정한 인생의 진로를 개척해야 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혼자 걸어라. 그것이 두 번째 덕목이다. 혼자 걷는 행위는 사색을 의미하니 책을 읽고 받은 정신적 자극을 혼자 조용히 길을 걸으며 저작하고 또한 음미해라. 지식을 지혜로 부화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수만 가지 지식보다 한 가지 지혜가 소중하다는 걸 터득한 선인은 산책하며 사유하는 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니 앉아서 생각이 막힐 때마다 홀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혼자 걷기 좋은 길을 찾아라.”

“남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라. 그것이 세 번째 덕목이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일이니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세상에는 남의 말을 귀담아듣기보다 자신의 말을 앞세우는 사람이 많으니 남의 말에 진정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보석 같은 진실을 털어놓을 것이다. 세상살이에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너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분명하고 명료하게 의견을 밝혀라. 그것이 네 번째 덕목이다. 중언부언하지 말고 정리된 생각에 대해서만 짧게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은 다음 다시 의견을 개진해라. 생각은 명료할수록 좋고 말은 압축적일수록 좋다. 생각은 오래 품을수록 좋지만 말은 짧게 할수록 좋다. 인간 세상의 많은 쟁투가 모두 말에서 비롯된다는 걸 감안하면 말처럼 무섭고 말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 그러니 한마디 말도 천금처럼 아껴야 한다.”

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지만 그런 덕목이 인생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자신의 경험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빛을 잃게 마련입니다. 제자는 세상에 나가 인생의 파란과 곡절을 겪으며 책 읽기, 혼자 걷기, 남의 말 경청하기, 분명하게 말하기 따위가 인생에 무슨 보탬이 되느냐고 푸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만들고 남과 소통하는 관계의 마당이니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나를 올바르게 만들고 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한 자기 수양은 죽는 날 아침까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많은 선인이 설파했습니다. 나를 위해 읽고 걷고 듣고 말하는 일이 곧 남을 위해 읽고 걷고 듣고 말하는 일이 될 때까지 자기 연마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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