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에 가장 많은 의혹을 제기한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 박선원 씨(47)다. 1985년 연세대 삼민투 위원장이었던 그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의 배후조종 혐의로 구속돼 ‘반미운동 1세대’로 분류된다. 노무현 청와대의 ‘386 탈레반’ 가운데 핵심 인물로 알려진 그는 노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행정관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다. 경영학 학사, 석사 출신으로 2000년에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전공만 놓고 보면 군사전문가로 보긴 어렵다.
▷박 씨는 민군(民軍) 전문가들이 수두룩한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발표한 ‘수중(水中) 비접촉 폭발’ 대신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에 집착하는 듯하다.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가정’이란 전제 아래 상상력을 동원해 “천안함 스크루가 그물을 감고,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발을 끌어당기면서 우리 측이 바다에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뢰 폭발설을 거론했다. 이 정도면 NSC에서 근무한 경험이 박 씨에게 화가 되는지 약이 되는지 모르겠다. 과학적인 진상규명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볼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과 설(說)은 2년 전 광우병 사태 때와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사실과 진실이 아닌 주장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전문가가 많고 좌파언론들이 그런 전문가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광우병 사태 때 좌파언론에 연일 등장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온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선동했던 전문가들은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때는 설익은 광우병 전문가들이 설치더니 지금은 편향된 군사전문가들이 판을 친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에는 이런 기초적인 상식조차 무시한 글이 범람한다. 언론도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정상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숙의(熟議) 민주주의도 가능해진다. 국방부가 박 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부도 악의적인 유언비어나 허무맹랑한 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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