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中, 6자회담 ‘눈속임 카드’로 국면 호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중국이 어제 공개한 북-중 정상회담 결과는 한심하다 못해 황당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국제 정세와 6자회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국은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담의 진전을 위해 성의를 보이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즉각적인 비핵화를 선언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 무슨 레토릭(수사·修辭)인가. 그야말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억지로 꾸며대는 둔사로 들린다.

북한은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을 걸고넘어질 자격이 없다. 6자회담은 북한의 약속 불이행과 합의 파기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됐다. 한반도 핵 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은 것은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문이다. 6자회담 진전을 위해 과거의 합의 이행에 성의를 보일 당사자는 미국도 한국도 일본도 아닌 북한이다.

김 위원장이 책임 회피와 전가로 일관하고 후 주석이 맞장구치지 않았다면 이런 기대 이하의 발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는 천안함 사태로 격랑에 휩싸여 있다. 북-중 정상의 논의 결과는 국면을 호도하려는 눈속임 카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2005년의 9·19공동선언, 2007년의 2·13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다짐해도 믿기 어려운 판에 북-중 지도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하면서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언론은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의 다롄 톈진 방문만 소개해 이번 방중이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면 김 위원장의 회담 관련 발언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국의 태도는 대북(對北)제재를 주도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도 부적절하다. 중국이 김정일 정권의 존립과 현상 유지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렇게 미온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를 “일부 언론의 보도이고 추측”이라고 폄하했다. 후 주석이 북-중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제시한 5가지 방안 가운데 포함된 ‘전략적 협의채널 강화’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공조 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북-중 정상회담 결과가 발표된 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가 명확해지지 않으면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으로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비가역적 조치, 호전적 행위의 중지를 요구했다. 중국은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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