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가 현재 136명인 전임자 수를 보장해 달라는 임단협 요구안을 회사 측에 냈다. 7월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 취지에 위배되는 요구다. 정부가 10일 고시할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 한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7월부터 전임자를 18명으로 줄여야 한다. 면제시간을 나눠 쓰더라도 두 배인 36명까지만 가능해 전임자 중 100∼118명은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기아차 노조는 상급단체 임원도 전임자로 인정하고 급여를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임자는 아니지만 대의원과 각종 위원들도 조합 활동 인정 범위에 추가해 회사 측이 급여를 지급하라고 압박했다. 노조 안대로라면 회사 측은 최대 600명이 넘는 ‘노조 식구’에게 연간 35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전임자에게 지급한 급여가 87억 원인데 이번에 회사 부담을 4배로 늘리라는 것이다. 상급단체 파견은 타임오프 대상이 아니다. 개정 노조법에 따라 회사 측은 노조에 타임오프 한도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규정이 제정 13년 만에 시행되지만 현장 안착까지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노조도 전임자 수 감축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 간 단협 개정 때 변칙이 동원되지 않는지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
여당도 노동계의 잘못된 요구에 맞장구치면서 타임오프제의 장래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첫 방문지는 한국노총이었다. 한국노총은 타임오프 한도에 반발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으로 위협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국회에서 재론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당이 정부의 정책 시행을 방해하는 꼴이다. 민주당도 타임오프 한도를 늘리라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압박했다.
국회는 타임오프와 관련해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를 재론했다가는 자칫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작년 말 타임오프 범위를 정할 때도 노사정 논의를 뒤엎고 노조 편을 들어줬다. 노조가 역주행하고 정치권이 거드는 판이니 노사관계 선진화는커녕 퇴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