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55년간 16만 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 ‘아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정부는 국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늘리기 위해 2006년부터 입양의 날(11일)을 제정했다.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2007년부터는 국내 입양이 국외 입양을 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입양 아동 2439명 중 54%가 국내 입양이었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입양에 방점을 찍은 정부 정책이 바람직한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지난해 국내 입양아동의 84.9%(1116명), 국외 입양아동의 89.3%(1005명)가 미혼모의 자녀였다. 정부가 정작 미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품어 키우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재외동포재단 ‘국외 입양인 백서’에 따르면 미혼모의 자녀는 1958∼60년 전체 입양아동의 8.9%였다. 그러나 2001∼2006년에는 전체 입양아동의 98∼99%가 미혼모의 자녀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 직후처럼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가난하지 않은데도 매년 2500여 명이 입양된다”며 “정부가 미혼모자 가정을 위한 복지 대책 마련을 미뤄온 탓”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입양인의 고국방문을 돕는 단체인 ‘뿌리의 집’을 운영하는 김도현 목사는 “아동복지의 제1원칙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자신의 가족과 같이 사는 것”이라며 “아동을 위한 입양은 개인의 선택이지, 정부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입양이 된 아동은 모두 1314명. 그러나 지난해 866명이 파양됐다. 그만큼 입양 후에 다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뿌리의 집, 국외입양인연대(ASK),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입양 관련 단체들은 입양특례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허가하는 국내 입양을 가정법원이 맡도록 하고, 출산 전에도 가능한 입양 결정을 출산 한 달 이후로 미루는 입양숙려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가 가급적 친부모와 자랄 수 있도록 입양 절차를 엄격히 했다. 또한 아이가 원한다면 입양 후에도 친부모를 찾을 수 있다.
입양아를 ‘가슴으로 품어’ 키우는 훌륭한 부모들은 칭찬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건 개인의 선택이다. 정부는 자녀를 키우고 싶은데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키울 수 없는 가정을 돕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더 큰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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