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개혁 ‘실패의 역사’ 이번엔 돌파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검찰 스폰서 의혹을 계기로 여권에서 검찰 개혁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 개혁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신설, 특별검사제의 상설화, 검찰의 부당한 불기소 처분을 견제하기 위한 시민심사위의 도입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도 스스로 절제할 줄 몰랐다. 그동안 검찰의 권력행사가 과도한 데 비해 견제와 감시 기능은 미약했다. 그러다 보니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일탈과 해이가 심해졌다. 최근의 부산발(發) ‘스폰서 검사’ 의혹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이런 검찰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검찰총장 임기제와 인사청문회 도입 같은 제도적 개선과 함께 검사 직급의 일원화, 검사인사위원회의 심의기구화, 검사윤리강령 제정 같은 검찰 내부의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 권한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는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역대 정권에서 논란만 무성하다가 번번이 좌절됐다. 집권세력은 초기에 강력하게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다가도 후반기에 이르러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전락해 동력을 잃고 주저앉았다.

검찰의 막강한 로비력과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친정을 싸고도는 직역이기주의도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별도의 부패 수사기관이 생겨 자신들을 겨냥할 것을 두려워한 여야 국회의원들도 공수처 신설을 방해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1월 국회에 제출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법률안이 3년 반 동안 잠자다 17대 국회 폐회로 자동 폐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는 이런 실패의 역사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수처든 상설특검이든 시민심사위든 제도 개선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민생사범이나 교통사범을 중심으로 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제도들을 면밀히 살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살리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급격히 축소시켜 법치 수호의 기능을 떨어뜨려서도 안 된다. 특히 권력형 비리 수사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의 변화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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