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레일式‘단협 정상화’ 다른 공기업도 따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어제 새벽 단체협약 갱신에 전격 합의했다. 공사 측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를 상대로 넉 달 반 동안 30여 차례 교섭을 벌이면서 과도한 복지 조항과 인사경영권 개입 조항을 수정했다. 민주노총 산하인 철도노조는 작년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국민의 발’인 철도를 세우는 파업을 벌이겠다고 압박했으나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다. 허준영 사장이 작년 파업 참가자를 모두 징계한 데 이어 이번에도 엄중 징계방침을 밝히자 파업 참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철도공사가 단협 개정을 큰 충돌 없이 매듭지은 것은 허 사장이 원칙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노조원의 복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단협을 바로잡는 일이므로 적당히 끝낼 수 없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 관철시켰다. 다른 공기업 경영진도 허 사장의 대응 방법을 따라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일부 공기업은 작년 말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한 지 6개월이 지나 단협 효력이 만료됐다. 새 단협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조 전임자의 업무 복귀나 노조 사무실 폐쇄 같은 문제를 놓고 마찰이 생길 것이다. 경영진이 확고하게 원칙을 지켜야만 노조의 떼법을 이겨낼 수 있다.

공기업은 노조원의 복지와 권한을 지나치게 보장하는 단협 덕분에 ‘신이 내린 직장’ 소리를 듣는다. 지난 정부에서는 공기업의 ‘나눠먹기’ 단협과 일부 ‘낙하산 사장’이 맺은 이면계약이 공개되지 않았다. 공기업 선진화를 내건 이명박 정부가 작년부터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단협 내용, 임직원 수와 노조원 수의 공개를 의무화함으로써 비로소 국민의 감시 대상이 됐다. 이후 영화진흥위원회 교통안전공단 광물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 조폐공사 노조가 인사 경영권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단협 조항을 개선하는 데 합의했다.

정부의 공기업 단협 개선 방침이 나온 지 1년이 돼 간다. 그동안의 기관별 추진실적을 분석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때다. 작년 노동부 조사 결과 정부기관이 공무원 노조와 체결한 단협 중 22%가 위법 부당한 내용으로 드러났다. 세금 지원을 받거나 정부의 정책 보호 속에서 사업을 하는 공기업 노사가 경영 실태 공개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것은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을 속여먹겠다는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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