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 가운데는 지금보다 10년 뒤가 더 기대되는 젊은 인재가 많았다.
요리 분야의 박성훈 씨는 아직 스무 살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외국 귀빈들이 한국에 왔을 때 내 요리를 꼭 한번 먹겠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당찬 꿈나무다. 하자센터의 프로젝트매니저 임경진 씨는 31세로 창의력과 기획력이 뛰어나 사회복지 분야의 기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눈을 경제계로 돌려보면 사정이 다르다. 2020년 한국 기업을 이끌 리더로 꼽힌 인물 19명 가운데 3분의 1인 6명은 재계 서열 10위 안팎인 대기업 소속이었다. 산업 흐름이 유독 빠른 정보기술(IT) 분야도 사정은 비슷했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등 낯익은 얼굴이 자리를 채웠다. 기자가 보기엔 30대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박지영 컴투스 대표와 성영석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 대표(39) 정도가 참신한 인물로 눈에 띄었다.
대기업은 한국 경제의 한 축으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이상 경영 현장을 지킨 노련한 기업가들 역시 한국 경제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이 10년 뒤인 2020년에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신인’이 적었던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국가별로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혁신적인 사고와 창의력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도 ‘젊은 피’가 끊임없이 수혈돼야 한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선두로 기업 광고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아직 10년도 채 안 된 기업들이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나 트위터의 비즈 스톤은 20, 30대의 젊은이들이다.
구글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레타 뉴요커 칼럼니스트가 들려준 이야기는 한국 사회를 향한 충고로 들린다.
“1988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에게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소니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꼽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차고(車庫)에서 누군가 새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작은 차고’ 안에서 젊은이들이 구글을 만들어 냈고 MS에 가장 큰 악몽이 됐습니다.”
한국 사회도 ‘작은 차고’를 들여다보고 가능성을 키워준다면 한국 경제의 2020년은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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