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서현]4년전 뽑아준 31명 중도하차… ‘표심’ 깨어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6·2지방선거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15년 만에 5번째 치러지는 선거다. 이제는 어느 정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만개(滿開)할 만한 시점이 됐는데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부패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뽑힌 민선 4기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20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0명이 기소돼 법정에 섰고, 이 가운데 31명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이 확정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사임하거나 사망한 기초단체장 11명까지 합치면 5명에 1명꼴로 공석이 생기는 사태를 맞았다. 두 번 연속, 세 번 연속 뽑아놓은 단체장마다 구속된 지자체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민선 4기 단체장들에 대한 판결문들을 읽어보면 가히 ‘비리 종합세트’ 수준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물론 거액의 검은 뒷돈을 챙긴 뇌물수수나 정치자금법 위반, 주민의 혈세를 도둑질한 횡령이나 배임 등 온갖 유형의 공직비리들이 망라돼 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지자체장의 비리는 부패수사의 교과서라고 봐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과연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겨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행태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상대 예비후보자를 매수하려던 교육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인 한 교장이, 제주에서는 자영업자에게 금품을 전달받는 장면이 포착된 도지사 후보의 동생이 구속됐다. 일부 공무원은 선거구내 각종 단체 행사에 참석해 단체장들의 재선을 위해 업적을 홍보하거나 음식을 제공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반칙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벌써부터 민선 5기에서는 얼마나 구속이 되고 당선무효가 될지 걱정이 앞서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는 현 정부 임기 중반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중간평가라는 정치적 의미를 띠고 있고, 그래서 여야 정당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자체 부패와의 전쟁’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부패의 소지가 있는, 비리를 저지를 만한 후보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필요하다. 지자체의 권한을 주민을 위해 쓰기보다는 막대한 선거비용의 본전을 뽑거나 사익을 위해 돈을 챙기는 악순환을 이번에는 꼭 끊어야 한다.

이서현 사회부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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