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지방선거와 ‘노무현 復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어제 후보등록이 끝난 6·2지방선거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세력 간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경기 강원 충남 경북 경남 등 9곳에서 이른바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들이 야권 시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여야의 선거 전략도 지방선거에 걸맞은 현실적 정책대결보다는 친노와 반노(反盧·반노무현)의 투쟁처럼 돼버렸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참패 이후 당명을 바꾸고 뉴민주당 플랜을 내걸었다. 그때는 재집권에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색깔 빼기에 분주하더니 요즘은 도로 노무현당이 된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형성된 추모열기에 편승해 급격히 ‘친노화’의 길로 들어선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미래형 비전과 인물을 내세워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정당정치와 책임정치 원리에 어긋나는 후보 단일화의 곡예를 거쳐 ‘노무현 복고(復古)’를 추구하는 인물들에게 대거 출마티켓을 내줬다. 스스로 내건 공천혁명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차지한 유시민 씨는 과거 민주당을 없어져야 할 반개혁 정당쯤으로 폄하했던 인물이다. 제1야당이 수권(受權)을 위한 정체성을 확립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 오로지 ‘노풍’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한나라당이 ‘실패한 노무현 정권 심판’과 같은 안티테제에 의존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잘못이다. 명색이 집권당이라면 ‘친노세력 심판’이나 ‘좌파부활 저지’에 연연할 게 아니라 지역과 국가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현실적 대안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평가받는 한 차원 높은 선거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6·2지방선거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컬리제이션 시대에 지방정부를 미래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국민적 선택의 장(場)이어야 한다. 여든 야든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쓰고, 민생을 어렵게 만드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해선 안 된다. 나라 곳간 사정을 생각지 않고 선심성 복지정책을 양산하다가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들도 ‘노풍(盧風)’ 대 ‘반(反)노풍’이라는 퇴영적 정치바람에 휘둘리지 말고 어떤 후보가 국리민복에 기여하고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윤택하게 해줄 일꾼인가를 꼼꼼히 가려내는 자세가 요구된다. 진정한 주권자로서의 명철한 판단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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