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18 미래지향적 승화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1980년 신군부의 정권 장악 음모에 맞서 일어난 5·18민주화운동이 서른 돌을 맞았다. 30년 전 5월 18일 일요일 0시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광주 각 대학에 계엄군이 진주하면서 시작된 사태는 27일 화요일 새벽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접수하면서 10일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이 기간 광주시민은 진압군에 대항하면서도 생활용품 사재기를 하지 않고 높은 연대(連帶) 의식을 보여 주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민 저항의 승리였다.

동아일보는 19일부터 23일까지 사설란을 아예 없앤 무(無)사설로 광주의 저항에 힘을 실었다. 신군부의 압박을 받고 집필해 계엄당국의 검열을 거친 관제 사설을 싣지 않기 위해서였다. 엿새 만에 게재된 사설 ‘유혈의 비극은 끝나야 한다’로 신군부가 사태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군부의 무자비한 압박과 군 검열 속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5·18민주화운동을 관통하는 정신의 핵심은 불법 부당한 권력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권 행사다. 광주의 정신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졌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광주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는 신군부세력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5·18 문제 해결과정에서 정립된 진실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피해보상, 기념사업 등 ‘5원칙’은 국가폭력을 극복한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2010년 광주는 이제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 인권도시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시민 저항의 상징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을 통해 독재를 쓰러뜨리고 민주화를 이룩해 1987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자유민주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전두환 신군부와 민주화 세력의 대결로 점철했던 운동의 시대는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남겼다.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에 맞서는 폭력시위가 기승을 부렸고 친북좌경으로 기운 운동권은 30년 전의 과거에 묶여 세계사의 전개에 눈감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자신들의 편향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민주 대 반민주’ ‘민주 대 독재’인 양 포장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5·18 이후 한 세대를 맞은 지금,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광주의 유산을 새롭게 승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자유민주주의의 질적 성숙과 함께 선진화로의 도약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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