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기준]21세기 지식전쟁의 총탄은 특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발명의 DNA가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동양 최초의 천문대인 첨성대, 현존 최고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모두 우리 선조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건강에 좋다고 평가받는 난방방식인 온돌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현대 서양의 건축가들에게 각광받으며 재조명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5000년의 우리 역사가 발상의 혁신적인 전환 속에서 지식재산을 확장해 온 발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다만 발명가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가능성을 오늘날의 지식재산 강국으로 실현시키는 것이 후손인 우리의 의무이자 책무이다.

경제 사회 문화적 성장의 근간은 지식재산을 배경으로 할 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식재산은 직접적인 탄소배출 없이 창의적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녹색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산업, 문화산업의 발전에도 지식 재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걱정스럽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 역시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특허출원 건수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10% 이상 증가하였으나 2008년에는 ―1.3%로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물론 발명과 혁신의 내용은 크게 성장 중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양적인 감소가 질적인 퇴보까지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이 같은 현상이 한때 특허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던 분위기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자국의 특허를 장려하고 지식재산을 지켜내기 위한 선진 각국의 정책은 실로 치열하다. 일본의 총리부는 2002년 지식재산입국을 국정 주요 과제로 내걸고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설립했다. 미국은 지난해 백악관 내에 장관급의 지식재산집행관을 임명했다. 지식재산이 국가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선진 각국이 이처럼 지식재산 정책의 진흥에 총력을 모으는 동안 우리나라는 특허전쟁의 첨병이라 할 특허 소송의 참여 주체를 결정하는 일조차 올바로 방향을 찾지 못했다. 지식재산권 보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현실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같은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나 영국 등의 국가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 대리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변리사가 단독으로 특허침해소송 대리 업무를 맡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특허는 곧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며 국가 경제의 생존을 결정짓는 키워드다. 지식재산을 국가적으로 정책화하고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여 지식재산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식재산을 소홀히 대하면서,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소홀히 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19일은 제45회 발명의 날이다. 조선 세종 때 세계에서 처음으로 측우기를 만든 날을 기념해서 정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측우기 거북선을 발명한 민족의 우수성과 선조 때부터 계승된 발명사상을 앙양하여 발명 의욕을 장려하고 보호 육성함으로써 기술의 진보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기준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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