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탈세와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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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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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진료비 210만 원을 현금으로 내고 15만 원 할인받으면 신용카드 결제를 하고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것보다 이익인가요?’ ‘차량 구입 때 현금 계산하면 얼마나 할인이 되나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이런 질문들이 널려 있다. 친절한 답글이 올라온다. ‘님의 연봉을 감안하면 현금 내고 할인받는 게 이익입니다.’ 탈세에 대한 우려도 보인다. ‘할인 폭이 크지 않으면 자영업자 탈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카드결제를 하시죠.’ 현금계산 할인은 탈세를 조장해 충실한 납세자의 부담을 늘려주는 결과를 낳는다.

▷소득을 감추는 자영업자와 각개전투를 벌이는 국세청은 1999년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해 상당한 전과(戰果)를 올렸다. 2005년 도입한 현금영수증 제도도 계속 강화해 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건당 30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 시 소비자의 요청이 없어도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소비자는 지출의 약 55%를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계산하고 약 15%를 현금영수증 거래로 한다. 국세청의 소비자 지출 포착률은 70%에 이른다.

▷‘현금 계산 시 할인’ 업소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탈세의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피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매출을 누락해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다. 국세청이 어제 적발한 탈루 사례에는 치료비 10% 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유도해 소득 10억 원을 신고하지 않은 성형외과 의사도 들어 있다. 노출 소득만 신고하고 현금수입분 15억 원을 탈루한 치과의사도 있다. 세무조사를 받은 전문직 의료업 현금수입업종 등 116명의 소득탈루율은 31%로 작년의 41%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3월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율이 20∼30%로 연간 200조 원 정도가 과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과세하면 세금 40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 지하경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만 관리해도 세수가 20조 원이 늘어난다. 지하경제를 줄이려면 현금 계산에 따른 할인을 먼저 요구하는 일부 소비자의 잘못된 자세도 바로잡아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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