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인구는 어느새 전체의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의학의 발전과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사망률이 크게 저하되면서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노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노인 수가 늘어난 만큼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만성질환으로 뇌중풍(뇌졸중)이나 치매를 들 수 있다. 이들 질환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라서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주변사람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를 인용하면서 치매로 추정되는 65세 이상 노인 중에 42.9%가 치료를 받고 나머지는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다른 질병이 그러하듯이 치매 질환자가 모두 반드시 치료 받기를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절반 이상이나 방치된다는 점은 분명 문제이다. 이렇게 방치하지 않고 치료를 유도해야 하는 이유는 치매가 지닌 특이한 행동변화가 주변사람을 힘들게 해서이다.
누가 방치하고, 누가 방치되는가, 그리고 왜 방치하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매는 사람이나 사물을 스스로 인지하는 기능의 장애로 일컬어지는 일종의 질환이므로 인지력이 있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치료의 방치는 치매노인 스스로가 아니라 가족 등 주변사람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맞벌이 자녀나 저소득 자녀의 가정에서 살거나 홀로 사는 치매노인이 대부분 방치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제적으로나 주거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한 치료 방치가 심각할 것 같다.
과거에는 노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노망이 났다고 하여 죽기 전에 나타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으로만 생각하면서 가족이나 이웃이 서로 보살펴 주었다. 이제는 의학기술의 발달이나 식생활의 개선으로 치매에 걸려도 장기간의 가정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 반면에 가족환경이나 사회환경은 급변하고 있어 사회적 보호가 요구된다.
정부는 치매대책의 일환으로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치매관리 종합대책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역치매지원센터 이외에 각 구에 지역치매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모두 시의 적절한 대책이지만 치매 발생 이후의 치료 및 요양보호에 치중하고 있다.
치매는 사후적 치료법과 사전적 예방법을 동시에 추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 방법에서도 약물치료 이외에 노인복지관이나 장기요양시설에서도 할 수 있는 비약물치료 방법도 개발된 만큼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원래 치료적 방법은 완치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친 증상의 완화나 지연에 중점을 두므로 저렴한 비용이라도 저소득계층에는 부담이 되고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사전적 예방대책이 시간은 걸릴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치료나 요양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효과적이다.
치매 예방은 질병을 포착하기 위한 방식의 검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과정 속에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치료나 요양도 중요한 대책이기는 하지만, 건강증진이나 노인복지프로그램을 통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복지-보건-의료-요양이라는 연계적 체계 속에서 치매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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