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하는 정부라면 저축은행 대책 미루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0일 03시 00분


금융감독원은 부실이 심각한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조사를 4월 말까지 마치고 이달 중순 ‘연착륙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조사는 마무리됐지만 조사 결과와 대책의 발표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6·2지방선거 뒤로 발표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의 대책에는 일부 부실 저축은행이 문을 닫거나 다른 저축은행에 인수합병(M&A)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측은 “현장 조사 착수 이후에 조사 대상이 늘어났고 은행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권으로 조사를 확대하다 보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한다. 지방선거를 고려해 늦추는 것은 아니라지만 지방 소재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논란이 되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만도 하다.

저축은행의 과도한 부동산 대출과 이에 따른 부실 우려는 우리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이다. 지난해 말 5대 저축은행 계열에 속한 18개 저축은행의 총대출 중 건설 및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의 57.7%로 경기변동에 취약한 영업구조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상장 저축은행은 3월 말까지 9개월간 351억 원의 적자를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흑자 447억 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당국의 대책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일하는 정부라면 정치 일정과 관계없이 당당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상반기에 확정하겠다던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방안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6월에 방향을 정하고 집행 준비를 할 예정이었는데 관련 절차가 있어 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의 매각 방안이 선거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에 대한 본검사를 2월 중순에 끝냈지만 통상 3개월이면 나오던 제재 결정은 지방선거 이후인 6월 말로 일정이 잡혔다. 선거 때 ‘관치금융’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선거 기간에 모든 개혁이 중단돼 실기(失機)하다 보면 환부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국민 편익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면 정치 일정을 살피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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