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힘에서도, 氣에서도, 꾀에서도 이겨야 한다

바둑의 고수(高手)는 무리를 하지 않고서도 상대방이 중간에 돌을 던지게 만들어 불계승(不計勝)을 거둔다. 막판까지 승패를 겨뤄 계가(計家)에 이르면 피차에 진이 빠지고 죽은 돌도 많이 생긴다. 바둑에서 고수가 되려면 밀어붙이는 힘만 갖고는 안 되고, 멀리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북한을 응징함에서 바둑판처럼 무궁무진한 수를 놓고 머리를 짜내야 할 상황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에 대해 북은 예상대로 불복했다. 20, 21일 연이틀에 걸쳐 ‘날조극’이라며 검열단 파견 운운하면서 전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포악한 협박을 늘어놨다. 사실상 준(準)전시상태를 선언한 것이다. 남쪽을 전쟁의 공포로 위축시켜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속셈이다.

김정일 정권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당시 200만∼300만 명의 주민이 굶어죽었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패륜 집단이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안다. 전면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저들은 노리고 있다. 우리는 돌(국민)을 버리면서 상대방과 싸우는 사석(捨石)작전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저들은 꿰뚫어보고 있다. 그것이 정부와 군의 고민이다.

다음 주초 이명박 대통령의 대(對)국민담화를 앞두고 군 주요 작전지휘관 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잇달아 열렸다. 대통령의 결단에 국가, 국민의 안위와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기다. 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상습적으로 동원하는 ‘벼랑 끝 전술’과 협박에 위축돼서는 안 되지만 군사력을 앞세운 강경대책만이 능사도 아니다.

남북 간에는 이미 팽팽한 기(氣)싸움이 시작됐다. 단호함을 잃지 않되, 침착하고 냉철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고도의 정신집중으로 힘과 기와 꾀를 적절히 혼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북이 꼼짝 못하게 급소를 찌르는 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