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6월 2일 실시된다.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까지 모두 8개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일각에서는 유권자가 혼란을 일으키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우리보다 더한 나라가 있다. 필리핀이다. 대통령 부통령 상하원 시장 부시장 등 여덟 가지 선거를 10일에 실시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1만7999명의 직책을 선거로 뽑았는데 투표용지의 앞뒷면에는 후보자의 이름이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인쇄됐다.
필리핀은 7만6000여 개의 투표소에 전자선거시스템을 도입했다. 유권자가 종이 투표용지에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으로 표시하고 광학 스캐너에 통과시키면 기계가 자동집계하는 방식이다. 종전에는 투표 사무원이 투표 용지를 하나씩 읽으면서 손으로 집계했다. 최종 개표까지 보름에서 한 달이 걸렸고 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전자선거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하루 만에 결과가 나왔으니 참으로 획기적이다.
전자선거시스템은 미국 일본 호주 베네수엘라 인도 등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몽골도 2012년 지방선거에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터치스크린 전자투표시스템을 개발하고 2008년 총선에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공감대 및 정치권의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공직선거에 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정당의 후보자 경선, 당 대표 경선 등 정당 선거와 농수축협 선거에서 사용하고 있어 안정성 및 정확성은 검증됐다.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도 전자투표기에 익숙해 노인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의 비접근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 망에 연결되지 않는 독립시스템이라 해킹의 위험도 없다.
태풍 피해로 국제적 원조를 받은 필리핀에서 전자선거시스템을 도입한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도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해서 유권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선거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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