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언제까지 ‘천안함 시시비비’ 운운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민군 국제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어뢰 사진과 북한 수출용 카탈로그에 있는 어뢰 설계도를 보여주며 북한의 소행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 총리는 이 대통령의 소상한 개인 브리핑을 듣고서도 끝내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존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중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에 왔으면서도 정작 우리의 관심사인 천안함 사태에 대해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아 유감이다.

원 총리는 “중국 정부는 국제적인 조사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결정하겠다”며 “중국은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전제가 많이 달려 있어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합조단 조사 결과는 20일 발표돼 벌써 일주일도 더 지났다. 우리 정부는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약속한 대로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 전에 중국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판단하겠다니 도대체 우리 말을 귀담아듣겠다는 성의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중국이 정말 진실을 모른다면 대국의 자격이 없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반응을 거론했지만 미국 일본은 물론 중립국인 인도를 포함한 21개국이 이미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도 합조단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인정했다.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의 태도는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전문가팀을 파견하기로 한 러시아와도 다르다. 중국은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면서 왜 전문가들을 파견해달라는 한국의 요청에 묵묵부답인가.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발뺌을 한다는 의심이 든다. 중국이 결단을 미룰수록 북한을 비호한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늘과 내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천안함 사태가 논의된다.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도발로 해군 46명이 희생된 비극이다. 원 총리가 늦게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국제사회의 엄중한 기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이 사태를 적정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이 엉뚱하게도 한국의 자제를 의미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해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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