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채택국) 16개국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은 유로화 위기의 와중에 더 잘나간다. 1분기에 전기 대비 0.2%의 깜짝 성장을 거둬 네 분기 연속 성장세를 누렸다. 2분기에는 더 높은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5% 성장으로 암울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 연간으로 1.6% 성장을 예상한다. 경제규모가 워낙 차이가 컸지만 국가부도 위기를 겨우 넘기고 초긴축에 들어간 그리스로서는 독일 경제가 까마득하게 높아만 보일 것이다.
▷독일 경제의 약진은 건설투자와 개인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자본투자가 급증한 덕이다. 유로화가 올해 들어서만 14.5% 폭락해 독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높아졌다. 5만 유로짜리 독일 차라면 미국 내 가격이 작년 말 7만1900달러에서 요즘 6만1500달러로 1만 달러 내린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엔 장기불황 조짐 속에 전후 최악의 성장 부진에 시달렸지만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강점인 제조업의 생산이 증가해 안정적인 성장을 누리게 됐다.
▷환율 덕이 전부는 아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10%를 웃도는 실업률에 허덕이다가 고용 및 창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복지를 축소하는 개혁에 나섰다. 마이스터(장인·匠人)자격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한 분야를 대폭 줄였다. 5년간의 노력 끝에 실업자를 5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낮출 수 있었다. 4월 실업률은 7.8%까지 낮아졌다. 유로존 전체 실업률이 11년 만에 1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고용의 기적’이란 찬사가 어색하지 않다.
▷탄탄한 재정은 독일의 또 다른 강점이다. 최근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로 높아졌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보다 훨씬 낮다. 내년부터 6년간 연간 예산의 3% 수준인 100억 유로(약 15조 원)의 재정긴축을 선언해 범(汎)유럽 긴축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실업수당 등 복지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세금 인상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제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공짜 돈이라도 생긴 듯이 부자든 저소득층이든 가리지 않고 학생 전원에게 재정으로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공약이 춤추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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