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인권기록보존소가 필요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영해로 불법 침투한 북한 잠수정이 어뢰를 쏴 46명의 우리 장병을 죽인 반(反)인륜적 범죄다. 북한은 범행을 부인하며 남한의 일부 좌파세력이 만들어낸 해괴망측한 논리를 끌어다 우리에게 덮어씌우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분단 때문에 천안함을 격침시킨 범죄자들을 기소하지 못하지만 통일이 되면 그들을 찾아내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북한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사살한 군인이 17세의 신참 여군이라고 흘렸다. 북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이어가기 위해 신참 여군이 과잉 대응했다는 식으로 넘기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북한은 해당 여군을 처벌하지 않았고 사격을 지시한 자들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끝까지 이들을 그대로 묻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국회 법사위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을 수정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업무를 법무부에 맡기기로 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서독의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설치한 동독은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에게 총을 쏘아 사살했다. 서독은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당장은 기소할 수 없더라도 총격을 가했거나 명령한 이들을 언젠간 법정에 세울 경우에 대비해 완벽하게 조사를 해놓아야 한다는 뜻에서 중앙법무기록보존소가 탄생했다.

1972년 서독은 동독과 서로 독립된 국가로 대한다는 기본조약을 맺었지만 이 기구를 그대로 유지했다. 1990년 통일을 이룬 뒤 이 보존소의 자료를 근거로 동독의 인권 유린범들을 기소하기 시작했다. 18년간 동독을 통치한 에리히 호네커 전 서기장도 탈출자들에게 총을 쏘라고 지시한 메모가 발견돼 살인 및 살인 교사혐의로 기소됐다. 법적 시효가 문제가 됐지만 독일 헌법재판소는 ‘반(反)인류범죄에는 시효가 없다’고 결정했다. 독일은 보존소 자료를 동독의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의 신원과 재산을 회복해주는 데도 사용했다. 동독인들을 공무원으로 임용해야 할 때 신원조회 근거로도 활용했다.

민주당도 진정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통일 후 북한 인권지옥의 실상이 드러났을 때 어쩌려고 그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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