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기회 잡은 민주당, 그러나 함정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호남과 인천 충청 강원에서 광역단체장 7명을 당선시키고 서울의 구청장 21명을 포함해 전국의 기초단체장 92명을 배출했다. 강원 충남북 광역단체장을 내 전국 정당화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무도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국민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힘겨운 선거를 치러 승리했고 충분히 자축할 만하다.

다만 민주당이 냉철함을 잃고 지방선거 승리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면 모처럼의 승리가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집권 때 세 차례 지방선거 가운데 두 차례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번 한나라당의 패배는 당시 여당의 패배에 비하면 선전(善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장악한 집권 여당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며 야당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는다. 특히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 권력견제 심리가 작용해 전통적으로 여당에 불리하다. 민주당은 일부 지역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와 보수 진영 분열의 덕을 봤다. 한나라당의 내분과 일부 지역 공천 실패도 민주당 승리에 보탬이 됐다. 결국 민주당의 승리는 스스로 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반사적으로 얻은 이익이 컸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여권에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내각 총사퇴, 4대강 사업 중단, 남북관계 복원, 세종시 수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승리에 기대 정부 여당의 주요 정책을 모두 중단하거나 바꾸라고 나서는 것은 무리다. 지방선거는 국가 주요정책의 방향을 틀 수 있는 대선이나 총선과는 다르다.

민주당은 집권 경험이 있는 제1야당인 만큼 재집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는 대한민국의 생존 문제가 걸린 국가안보마저 정치공학으로 다룬 느낌이 있다. 사건 초기에 북의 개입 가능성을 애써 배제하다 민군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확증이 제시되자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론을 제기하며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몰아세웠다. 수권을 준비하는 정당이 국가안보 문제를 정략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불안해진다.

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와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줘야만 국민의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 작은 승리에 도취하다 보면 정작 큰 기회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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