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남윤서]보수성향 교육감 낙선자들, 불평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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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2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 6명이 당선됐다. 당초 경기와 호남 지역 1, 2곳에서 진보 강세가 예고됐지만 실제 표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숫자상으로는 보수 성향 당선자가 10명으로 진보 성향 당선자보다 더 많지만 보수 진영의 승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수 후보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 등 진보 성향 후보들에게 밀린 가장 큰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진보 진영은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진영 원로들의 주도로 전국적인 단일화를 이뤘다. 반면 보수 진영은 모든 지역에서 단일화에 실패했다.

개표 마지막까지 결과 예측이 어려웠던 격전지 서울의 경우 진보 단일후보 곽노현 후보의 득표율은 34.3%였다. 2위인 이원희 후보와의 차이는 불과 1.1%포인트였다. 보수 성향의 다른 후보인 김영숙, 남승희 후보는 둘이 합쳐 2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수치로만 보면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 후보보다 보수 성향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선거 초반만 해도 서울의 진보 진영은 단일화를 주도하는 단체의 방식에 일부 후보가 반발하면서 단일화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였다.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중도 성향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박 교수는 곽 후보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그의 선거운동을 돕는 사람들 중에는 진보신당 당원부터 한나라당 당원 출신까지 다양했다.

박 교수는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일에 가장 먼저 등록을 마치고 그날부터 서울 곳곳을 누비며 선거 운동을 시작하는 등 후보들 중 가장 열심이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곽 후보가 이원희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고민 끝에 사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진보 진영의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박 교수는 곽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비슷한 시기 보수 진영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매일같이 보수 후보끼리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누구도 “내가 용퇴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헐뜯기에 바빴다. 특히 선두를 달리던 이원희 후보에 대한 비방은 선거 막판 극에 달했다. 한 보수 성향 후보 관계자는 “곽 후보 찍으실 분은 소신 지키시고 다른 분 찍으려던 분은 부디 마음 바꾸세요”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대의(大義)를 선택한 진보의 승리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수의 아집(我執)이 진보의 대의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교육철학이 비슷한 보수 후보들의 결집이 이뤄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지만 역사에는 ‘만약에’가 없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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