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디지털 선거의 進化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16만여 명의 젊은 트위터 팬을 가진 한 소설가는 그제 ‘투표 완료’라는 글과 인증샷(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어느 화백은 투표자 선착순 1000명에게 판화 작품을 주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한 배우는 연극 표 100장을, 유명 바둑기사는 100명에게 함께 사진을 찍고 기념 사인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인증샷 방법으로는 투표용 도장을 손등에 찍은 사진이 많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에 기여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이어 트위터 스마트폰이 새 도구로 등장한 것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결국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졌지만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의 15% 차를 5%까지 따라붙었다. 문자메시지와 트위터의 덕을 본 것 같다. 유 후보 자신도 선거 당일 ‘오후 3시 출구조사 기준 2% 안으로 따라잡고 있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선거 전날에는 ‘내일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놀러가자’는 젊은 트위터 이용자도 있었다. 자기 표는 아깝지만 한나라당에 갈 몇 표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전사(戰士)’로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의 트위터 사용자는 현재 약 60만 명이다. 대부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이어서 300만∼6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선거운동 시대의 본격 도래로 망신을 당한 쪽은 여론조사기관이다. 휴대전화의 전면 보급 때문에 종전처럼 집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는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모바일미디어와 음성인식기술 등을 활용한 새 조사기법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미래 시대에는 투표소에 가지 않고 디지털 기기로 투표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개인 컴퓨터나 휴대전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다면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해 막대한 선거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미 디지털 투표를 하고 있는 국회는 의원이 버튼을 누르면 전광판에 순식간에 결과가 나타난다. 세종시, 4대강 살리기 같은 문제도 디지털 국민투표로 간단히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선거가 진화할수록 젊은층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 분명하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